요즘 누군가를 만날 때는 초안을 준비해서 갑니다. 솔직히 말하면 칭찬받고 싶어서입니다.
여기서 초안이란 상대방과 무엇을 함께하면 좋을지에 대한 제 생각과 제가 그리는 그림이 어느 정도 담긴 결과물입니다.
보통은 빈손으로 만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저는 은연중에 "당신과 함께하기 위해 이런 걸 준비해 왔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마음으로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초안을 준비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습니다. 어차피 초안은 한 번은 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대와 맞춰보지 않은 제 아이디어는 많은 부분을 고쳐야 합니다. 어쩌면 통째로 버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미리 초안을 만들어 가면 시행착오로 날아갈 시간을 한 번은 아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제게 초안은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버려지기 위해 가져가는 것에 가깝습니다. 무엇이 틀렸고 무엇이 맞았는지 빠르게 확인하면서 상대와 저 사이의 시간을 압축하는 과정이죠.
칭찬받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초안이 남기는 건 상대에 대한 이해였습니다. 요즘 저는 그렇게 상대방을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