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명이 모인 웨비나가 끝나고, 상담을 신청하지 않은 분들께 한 분씩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중 일부는 웨비나를 신청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셨습니다.
당시 저는 반년간 마케팅과 세일즈를 겸직하고 있었습니다. 마케팅은 잠재 고객의 연락처, 즉 '리드'를 모아 세일즈에 넘기고, 세일즈는 그 리드에게 연락해 계약으로 이어가는 역할을 합니다. 넘기는 쪽과 받는 쪽을 모두 경험해보니 분명해졌습니다. 연락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많은 B2B 마케팅 조직은 MQL1을 핵심 성과지표로 삼습니다. 쉽게 말해 '자료를 내려받거나 웨비나를 신청하는 등, 관심을 보인 잠재 고객의 수'입니다. 저는 이 지표를 의도적으로 성과에서 뺐습니다. 대신 'ICP2에 해당하는 기업의 도입상담 신청', 즉 우리 제품이 꼭 맞는 기업이 직접 상담을 요청해온 건수를 기준으로 삼았고, 월 100건까지 도달해봤습니다.
MQL과 SQL3을 나누는 방식은 본래 리드가 너무 많아 세일즈가 모두 연락하기 어려울 때, 누구에게 먼저 연락할지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세일즈 인원이 적고 고객이 먼저 문의해오는 경우4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초기·성장기 B2B 조직이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리드를 등급별로 나누는 것보다, 한 곳이라도 실제 상담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관리되지 않는 MQL은 부실채권의 누적과 같습니다. 장부에는 자산으로 잡혀 있지만, 실제로는 회수되지 않는 돈처럼요. 그들이 우리 연락을 꾸준히 받을 이유도, 언젠가 먼저 말을 걸어올 계기도 없다면 그 리드는 지금도, 미래에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리드를 많이 모으는 대신, 상담 신청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다음 글에서 제가 실제로 한 일들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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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QL(Marketing Qualified Lead, 마케팅 적격 리드): 마케팅 활동으로 확보한 리드 중, 행동이나 정보를 기준으로 '구매 관심이 있어 보인다'고 마케팅팀이 판단한 리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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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P(Ideal Customer Profile, 이상적 고객 프로필): 업종, 기업 규모, 업무 환경 등을 기준으로 정의한, 우리 제품이 가장 큰 가치를 줄 수 있는 고객 기업의 조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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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L(Sales Qualified Lead, 영업 적격 리드): MQL 중 세일즈팀이 검토해 실제 영업을 진행할 만하다고 판단한 리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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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인바운드 리드'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회사가 먼저 잠재 고객에게 연락하는 방식은 '아웃바운드'라고 합니다. ↩